default_setNet1_2

[기고] 국가기술자격체계 개선과 엔지니어 역량지수 개발

기사승인 2018.01.25  09:48:52

공유
default_news_ad1

- 이재열 연구위원 /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정책연구실

“국가기술자격체계, 글로벌 기준 부합 新평가기준 시급”

최근 5년간 기술사 최종합격률 3.9%… 합격률 50% 이상돼야
융복합 시대, 현행 84개 세분된 종목과 등급 ‘소수’로 통합

국내 제도, 유능한 엔지니어 육성·기술경쟁력과 배치 ‘문제’
엔지니어 질적 확보·전문성 강화·고급인력 양성 초점맞춰야

 

   
 

■ 국내 국가기술자격제도 개편의 필요성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산업에서 필요한 우수한 기술인적자원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가기술자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국가기술자격제도에서 기술자(엔지니어)는 국가 기술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정부 법령에서 정한 학력 및 경력의 요건을 갖춰 기술등급을 부여 받은 자이다. 시험에 의한 국가기술자격 검정제도와 자격, 학력, 경력을 토대로 산정하는 기술등급제도로 구성되는 국가기술자격제도는 사업면허 등록, 사업자 선정, 사업대가 결정, 노임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고 개인복지 및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현행 국가기술자격제도는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되지 못하고 일부 계층의 지대(Rent)가 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정부의 기술등급 산정에서는 국가기술자격증이 실질적으로 상위등급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석․박사급 고급학력자나 해외 우수인재의 활용을 어렵게 해 이들의 채용을 통한 기술 경쟁력의 제고의 효과를 얻기 어렵다. 이에 기술자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새로운 기술등급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기술자격시험이라는 검증절차 없이 학력 및 경력만으로 엔지니어의 기술등급을 부여하는 것은 엔지니어의 전문성을 훼손하고, 고급 기술인력을 양성하려는 국가의 취지와도 벗어나는 것이라는 주장한다.

필자는 당연히 기술자는 존중받아야 하며, 기술자의 자격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 대부분의 기술자도 이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낮은 기술자격시험 합격률, 기득권화된 기술등급제도 등으로 국가기술자격제도가 국제적인 기준과 괴리되어 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술자의 양성이 어려운데다 젊은 층에게는 한층 높아진 고급기술자의 진입장벽으로 엔지니어링 산업 및 관련학과에 대한 청년들의 기피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 국내외 국가기술자격제도 비교

우리나라 기술사 합격자의 평균연령은 점차 높아져 2016년 43세에 달한다. 1975~2015년 중 기술사 취득자는 4만6,223명으로 연 평균 1,128명이 기술사 자격을 취득했다.

최근 5년간(2011~15년) 기술자의 필기 시험합격률은 6.2%이며, 2차 면접시험 합격률을 감안한 최종합격률은 3.9%이다. 즉 우리나라의 기술사가 되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필기시험을 16번을 보고 면접시험을 2번 거쳐야 합격하고 있다. 기술사가 되기 위한 시험으로 사회적 비용과 기술자의 심리적 압박 수준이 상당할 것이다.

반면 주요 엔지니어링 선진국에서 기술자들은 공과대학 졸업 후 20대 후반 및 30대 초반에 기본적인 자격만의 확인을 통해 기술사의 자격을 쉽게 취득하며, 자격 취득 이후 시장에서 상세경력으로 가치를 인정받는다.

미국의 기술사(PE)의 합격률은 첫 시험기준으로 2015년 68%이다. 영국은 국가기술자격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으며 인증제를 채택해 영국 Engineering Council에서 기술자에 대한 인증을 담당한다. 기술사(CEng) 자격의 취득은 필기시험이 아니며 취득 경로도 다양하다.

학위기준으로는 공학석사 학위 취득이나 학사 이후 4년 이상 소요되는 초기전문경력개발(IPD) 과정을 이수한 다음 실무경험의 검증을 통해 기술사가 된다. 호주의 기술사(CPEng)제도는 영국과 유사하며, 이외 네덜란드, 독일, 프랑 등 대부분 유럽 엔지니어링 선진국도 공대졸업자에 대해 기본자격의 검증만으로 기술사의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즉 한국의 대부분 기술자들은 풍부한 경험과 지식에도 외국이라면 당연히 받아야 할 기술사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술사의 배출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한 가운데 대부분의 국내 법령에서는 기술사를 제외하고는 최고 기술등급으로 승급할 수 없게 돼 있고 학․경력 엔지니어의 경우 역량과 관계없이 초급이하로 분류된다.

기술사는 국내법상에서 대부분 최고등급이 되고, 학․경력자는 학력수준 및 경력과 관계없이 대부분 법령에서 초급에 머물기 때문에 두 집단 모두에서 실제 현장에서 최고 기술자가 되기 위한 역량개발의 유인이 없다.

또한 기득권화된 법령에 따라 기업에서는 업 등록 유지 및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기술등급이 낮은 학․경력 엔지니어를 적정하게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고급 학력의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 부족을 초래하고 결국 우리나라 기술경쟁력 저하로 나타난다.

■ 글로벌 기준과 괴리된 기술등급제도

계층분석과정(AHP) 방법론을 활용해 일관성비율(CR)이 0.1 이하인 554명의 유효응답자의 설문지를 활용해 엔지니어에게 필요한 역량의 중요도를 파악한 결과, 국내사업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역량의 중요성의 가중치는 경력(0.383), 자격증(0.253), 학력(0.195), 교육훈련(0.169) 순으로 나타났다.

집단별로 보면 기술사를 제외한 모든 집단에서 경력이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로 지목하고 있다. 이같은 분석결과는 기술자격 중심으로 엔지니어를 평가하는 현행 정부의 기술등급의 산정방식이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준과 괴리가 큼을 의미한다. 특히 해외 사업에 필요한 역량의 중요성은 경력(0.308), 글로벌역량(0.237), 교육훈련(0.175), 국내기술자격(0.147), 학력(0.134) 순으로 나타나, 해외사업에서 국내기술자격의 중요도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매우 낮았다.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에 의해 등록된 5만9,721명의 엔지니어 정보를 활용해 추정한 결과 현행 정부의 기술등급 산정방식이 지속될 경우 향후 전체 엔지니어의 69%가 초급 또는 무 등급의 엔지니어로 분류돼 수요가 많은 중급 이상의 엔지니어 육성보다는 초급 이하의 엔지니어를 대량 양산하는 제도로 입증됐다. 이와 같은 결과는 기술등급제도가 기존 국가자격 취득자 및 높은 기술등급 보유자의 안정적인 권리 보장이라는 이해 논리에 맞춰 수차례 변경된데 따른 결과이다.

기술등급제도의 모법인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의 기술등급제도 변천 과정을 보면, 학․경력자도 1997년 7월 이전에는 학력과 경력만으로 최상위 기술등급까지 승급이 가능했고 2012년 말까지는 특급기술자로의 승급이 가능했으나, 2013년 현행 제도로 변경된 이후에는 초급이하로의 승급만 가능하게 됐다. 또한 현행 제도는 기존의 기술등급을 소급 인정함으로써 기득권자의 권리는 강화했으나 신규 엔지니어에게는 낮은 기술사 합격률, 학․경력자의 승급제한 등 진입장벽을 높여 유능한 엔지니어의 육성이라는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

■ 국가기술자격체계 개선 방향

현행 국가기술자격제도는 매년 중요한 정부의 정책 개선과제가 되고 있으나 오히려 글로벌 기준과 괴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형태의 다단계화된 국가기술자격제도로 인해 우수 인력의 유입이 되지 않아 미래 엔지니어링산업의 지속성장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같은 우리나라의 국가기술자격체계의 심각성에 주목해 다음과 같이 국가기술자격체계 개선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엔지니어의 질적 확보를 위해 선진국에서와 같이 기술사 합격률을 50% 이상으로 대폭 상향해 기술사의 배출을 확대해야 하고, 국가기술자격증의 종류를 단순화해야 한다.

둘째, 융복합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현행 84개의 종목으로 세분된 기술사 종목과 기술등급의 전문기술분야를 소수로 통합해야 한다. 이는 PM 육성 등에 대한 산업의 요구에 대응하고 엔지니어의 경력다양화를 통해 직업안정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장기적으로 기술자 등급제도는 경쟁과 시장의 기능을 저해하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등의 부작용이 많으므로 가이드라인이나 1차 예비심사 등으로만 활용하고 점진적으로 축소돼야 한다. 기술등급을 의무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구미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넷째, 앞에서 제안한 국가기술자격체계를 갖추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소요되므로 단기적으로는 현행 자격 위주에서 자격, 경력 및 학력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새로운 기술등급평가가 필요하다.

■ 엔지니어 역량지수의 개발 제안

AHP 분석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정량화된 ‘엔지니어 역량지수’(ECI: Engineer Competency Index)를 제시하고자 한다. 주요 특징을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새로운 역량지수에서는 엔지니어가 본인에게 유리한 경로를 선택해 자격점수(만점 53점)와 학력점수(만점 41점) 중 높은 점수를 선택하고 이를 경력점수(만점 47점)와 합하여 기술등급을 산정한다. 이는 엔지니어가 박사 등 고학력 취득과 국가기술자격 취득을 동시에 취득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역량지수는 교육훈련과 글로벌 역량을 제외하고 자격, 학력, 경력의 3개 평가요소로 산정했는데 이는 엔지니어의 교육훈련과 글로벌 역량과 관련한 정보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5개의 평가요소를 반영할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

② 각 법령별 기술등급의 호환성 등을 고려해 최고 단계의 기술사 등급을 폐지하고 숙련기술계를 기술계로 통합하여 기술등급을 특급(75점 이상), 고급(65∼75 미만), 중급(55∼65미만), 초급(35∼55점미만)의 4단계 기술등급 체계로 개선했다.

③ 평가요소별 균형을 맞추기 위해 기본점수는 평가요소별 만점의 40% 수준을 배점했으며, 자격 및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기간과 경력 기간에 따라 각 평가요소의 점수를 산정했다. 경력점수의 만점은 20년을 가정했는데, 이는 주요 발주기관의 사업 책임기술자에 대한 경력 만점 기준은 최장 17년이기 때문이다. 이를 산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ECI = 경력(log N /log 20 × 47) + [자격(21~53), 학력(16~41)]중 최대값
(N = 경력연수)

새로 제시한 역량지수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는 산업에서 수요가 많은 중급 및 고급기술자의 분포가 크게 높아졌지만 초급기술자의 비중은 낮아져 산업의 요구에 부합했다. 시장의 요구에 맞게 자격시스템이 아닌 종합 역량 평가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

※ 본 내용은 ‘다면 AHP 방법론을 활용한 역량 모델링과 국가기술자격제도 개선 방안 도출(이재열․황승준, 산업경영시스템학회지, 40-4, 2017)’를 기초로 했으며, 필자의 개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국토일보 kld@ikld.kr

<저작권자 © 국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etNet1_1
ad29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ad28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