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건설업계,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인가? 이끌려 갈 것인가?
[기고]건설업계,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인가? 이끌려 갈 것인가?
  • 국토일보
  • 승인 2017.11.0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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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순 사장 / 트림블코리아

건설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위한 혁신 시급
‘BIM은 4차 산업혁명 핵심 키워드’ 기술 확산 나서야
BIM 활용이 설계 효율성․안전성․품질 제고 첩경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여겨졌던 4차 산업혁명은 이제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으며, 각 국 정부기관은 물론 기업들도 민첩한 수요 대응과 역동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혁신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제조업체들은 디지털시대가 주는 혜택을 충분히 활용해야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에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최신 기술을 통해 생산성 제고와 비용 절감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보수적이며 전통적인 접근방법을 선호하는 건설업계는 기존 방식을 고수하며 변화를 꺼리는 모습이다. 즉, 많은 건설업체들이 여전히 기존 업무프로세스인 2D설계에 의존하고 있다. 건설업계가 비용 효율성 도모, 지속가능성 추구, 그리고 안전성 개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꺼리는 자세를 탈피해 다른 업계에서는 이미 적용되고 있는 혁신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대형 복합프로젝트가 증가하면서 건설업계에서는 건물의 설계부터 시공, 운영 및 유지보수까지 고려한 발주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프로세스의 근간이 되는 설계정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빌딩 정보 모델링(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BIM)이 떠오르고 있다.

건설산업의 미래로 인식되고 있는 BIM은 그 효용성이 입증되면서 이미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다.

BIM은 가상공간, 즉 컴퓨터상에 시설물의 모든 정보를 3차원으로 구현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인 시설물이 탄생하도록 지원하는 기법이다. BIM이 제공하는 가치는 디지털 설계 및 구현 그 이상이다. BIM의 전체 스펙트럼은 기획, 설계, 시공뿐만 아니라 완공된 건축물의 운영, 실질적 서비스 및 유지보수까지 포함한다. 다른 말로 건축물 주기 관리라 하겠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의 사용은 지속가능한 가치를 지닌 건축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다. 건설업체들은 3D플랫폼 상에서 데이터를 조작함으로써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매끄러운 방식으로 결합해 내고, 고객의 상상 속 건축물을 실제로 구현해 보일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롯데월드타워123과 같은 국내 대형프로젝트의 경우 테클라스트럭츠와 같은 다양한 BIM도구들을 활용한 여러 사례들이 매년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건설업계는 전반적으로 아직 BIM 활용이 저조한 상황이다. 국내에 도입되고 있는 BIM은 대부분 3차원 CAD 기반의 설계도구나 BIM 모델을 통한 간섭체크 등의 시각적인 활용 도구에 국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입찰안내서에 제시되는 발주자의 요구조건이 충족되는 선에서 BIM을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유럽지역의 건설기업들은 BIM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설계 효율성과 안전성을 향상시키고 품질을 제고하는 동시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특히 사전 제작, 오프사이트, 프리캐스트, 모듈식 시공 등을 자동화된 공정에서 생산된 요소와 결합하면 주택 및 빌딩시장을 혁신할수 있는 것은 물론, 고품질의 건축물을 한층 신속하게 시공할 수 있어 사회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스웨덴에 기반을 둔 선도적인 글로벌 건설업체인 스칸스카(Skanska)는 BIM을 통해 다양한 가치를 실현하는 대표적인 회사로 알려져 있다. 스칸스카는 설계의 정확성 및 완전성 증대, 프로젝트 팀 간의 협업 능력 향상과 같은 BIM이 제공하는 이점을 여러 유형의 프로젝트에서 구현해 냄으로써 전반적인 건설 프로세스를 개선시키고 있다. 실제로, BIM 솔루션을 활용해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eBay)의 데이터센터를 미국 유타주에 성공적으로 건설했다. 또한 스칸스카는 BIM 프로젝트 데이터들을 저장 유지시키면서 빅데이터를 구축했고 유사프로젝트의 경우에 해당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효율적인 설계를 진행시킬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하고 있다.

올해 국내에선 LH가 국토교통부의 BIM 확대 적용 정책에 따라 ‘LH Cost-BIM 가이드라인’을 발간하고 해당 기준을 설계와 견적, 시공단계에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철근 콘크리트공사 BIM이 시범 적용될 경우 골조 상세모델에 기반한 견적으로 정확성이 크게 향상될 뿐 아니라 3D BIM 모델 및 2D 도면 검증으로 설계 품질이 향상되고 시공관리 업무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공공부문의 BIM 활성화노력과 정책으로 인해 국내 아파트건설에서 철근콘크리트공사 부문의 BIM 확대 적용이 향후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객들이 건설업계에 변화를 요구하는 건 시간 문제라 생각한다. 건설업계가 이러한 움직임을 인식하고 기회를 포착하지 않는다면, 발빠르게 움직이는 이들을 상대하느라 고군분투하는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건설업계가 BIM과 같은 디지털 기술을 선제적으로 수용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역동적인 리더가 될지 혹은 단순한 추종자에 머무를지는 이제 스스로에 판단과 선택에 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