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록 환경칼럼]교실의 음환경(音環境)에 관심을 갖자
[정일록 환경칼럼]교실의 음환경(音環境)에 관심을 갖자
  • 선병규 기자
  • 승인 2017.08.2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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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환경피해예방협회 회장 정일록

[정일록 환경칼럼]

교실의 음환경(音環境)에 관심을 갖자

학부모라면 누구나 자녀가 학교에서 공부를 잘 하길 바란다.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는 학습환경이 중요하다. 오래전부터‘맹모삼천지교’를 듣고 자라면서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지만 학습환경에 대해서는 모르거나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학습환경에 영향을 주는 환경요인 중의 하나는 소음 등 음환경이다.

WHO는 소음에 의한 학습영향은 정보 전달의 방해, 정보 추출의 방해 등과 같은 인지(認知) 능력의 저하라 밝혔다.

소음으로 영향을 받는 인지능력은 집중력, 독해력, 기억력, 문제를 푸는 힘 등으로 만성적으로 항공기소음 등에 노출되는 학교의 학생들은 어려운 문제에 임할 때의 지속하는 힘, 독해시험의 성적, 학습의욕 등이 평균보다 낮다.

학생들은 하루에 듣는 시간이 75%에 이르기 때문에 교실 내의 음환경이 매우 중요하며, 그 본질은 명료도이다. 말하는 소리(語音)의 명료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교실 내의 소음수준이다. 교실 내의 소음은 외부의 교통소음이나 공사장소음 등과 내부의 기계 소음이나 학생들이 떠드는 소음 등이다.

외부 소음은 도로변의 학교나 철도나 공항 주변의 학교에서 문제가 된다. 소음의 수준이 높아지면 선생님의 목소리를 명료하게 듣기가 어려워진다.

두 번째는 교실의 잔향시간이다. 잔향이란 실내의 딱딱한 표면에서 선생님의 목소리가 반사되어 그 소리의 지속시간이 길어지는 현상이다.

잔향시간이 길어지면 표면에서 반사되지 않고 오는 직접음과 반사음이 중첩되어 웅웅거리는 소리가 되기 때문에 명료도가 저하한다.

이러한 현상은 실내 표면이 소음을 흡수하는 흡음재가 거의 없고 반사를 잘 하는 콘크리트와 유리로 된 작은 교실에서 흔히 경험한다.

세 번째는 선생님의 목소리 크기다. 목소리 크기는 교실 내의 소음(N)에 대한 목소리(S)의 크기 비(S/N比)가 15dB(A) 이상일 때 학생들이 명료하게 듣는다.

교실 내의 소음이 50dB(A)라면 선생님의 목소리는 65dB(A) 이상일 때 학생들이 명료하게 듣는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없는 빈 교실의 소음도가 35~40dB(A) 정도이면 수업 시의 선생님 목소리를 제외한 소음도(학생들이 유발한 소음을 포함)가 45~55dB(A) 정도에 이르므로 위의 조건이 어느 정도 충족된다.

그러나, 도로변 등에 위치한 학교나 학원의 경우는 빈 교실의 소음도가 50~60dB(A)를 넘는 경우가 많을 수 있기 때문에 선생님이 큰 목소리로 말하지 않으면 명료도가 나빠져 학습분위기가 산만해 진다.

이런 경우는 소음수준에 따라 기밀성 이중창이나 무거운 자재로 교실의 창문을 막아 외부 소음이 덜 들어오도록 하고 벽이나 천장에 흡음재를 적절히 시공하여 음환경을 개선한다.

일본은 학교환경위생기준에 창문을 닫은 상태에서 교실 내의 소음도를 50dB(A)로 정하고 있다.

그 근거는 선생님들의 목소리 크기 빈도가 가장 많은 65dB(A)를 바탕으로 S/N比 15 dB를 보정하여 설정했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학교보건법에 빈 교실의 소음도가 55dB(A)로 일본에 비해 높다.

건축 측면에서 빈 교실의 음환경에 대한 선진국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WHOㆍ미국ㆍ영국 등은 소음도 35dB(A) 이하에 잔향시간 0.6초를, 일본은 소음도 40dB(A) 이하에 잔향시간 0.6초 이하를 권장하고 있다.

다음 세대를 책임질 학생들의 학습능력 향상을 위해 교실의 음환경을 점검하고 빈 교실의 소음도와 잔향시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교실의 음환경 개선의 지침으로 활용하길 기대한다.

※ 잔향시간 : 실내의 음에너지가 직선적으로 60 dB(100만분의 1) 감소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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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록 주요약력.

환경 전체 분쟁 중 소음·진동민원이 85%에 육박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문제해결 및

대책마련이 요구됨에 따라 본지는 '정일록의 환경칼럼'을 연재한다.

현재 (사)한국환경피해예방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일록(공학박사·소음진동기술사) 회장은 국내 최고의 소음·진동전문가다.

 동국대 전기공학과 졸업후 제14회 기술고시(전기직)에 합격, 제24회 기술사 전체 수석 합격에 이어 국립환경과학원 소음진동연구과장, 교통공해연소장, 환경진단연구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국가 소음진동 정책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동안 소음진동학, 소음진동 이론과 실무 등의 저서를 출간해 후학들의 배움의 길을 여는 데도 일익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