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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포항지진 후 1년간 대처를 돌아보며

기사승인 2018.11.19  08: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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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광량 대표이사/(주)동양구조안전기술

“포항지진, 여전히 진행형… 건축법 상 내진설계 확인 절차 문제점 개선돼야”

   
정 광 량 대표이사

지난해 11월 15일 14시 29분에 포항시 북구 북쪽 9km지점인 흥해읍 남송리에서 규모5.4의 지진이 발생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하루 전에 발생한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다. 또한, 역대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한 지진이다. 지진 발생 후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기술자로 현장조사에 많은 인원을 급파해 조사에 임하였다. 본인을 포함해 조사에 참여한 회원들은 지진피해의 심각함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경주지진을 포함해 국내 지진피해에서는 보지 못했고, 지진관련 책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전형적인 지진피해 특성이 포항의 실제 건물에 드러나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피해 건축물이 필로티 형식의 다세대주택이었다.

국토교통부는 포항지진 시 피해가 많이 발생한 필로티 건축물에 대한 조사결과, 구조기준의 문제라기보다 부실설계·시공의 문제가 발견됨에 따라 건축법 개정안에 건축 관계자(설계자, 감리자, 허가권자 등)가 3층 이상의 필로티 건축물에는 건축구조기술사의 협력을 받도록 확대했다. 상당히 쉬운 부분만 바꾸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건축법에 내진설계를 도입, 그 이후에 설계된 건축물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통계를 잡고 있다. 과연 국민들은 이 통계 결과만 믿고 안심해도 되는 걸까? 1980년대 당시 건축구조설계사무소를 개업해 현재까지 건축구조업무와 건축물의 내진설계를 담당해온 필자의 대답은 ‘아니오’다. 건축법 상 내진설계 확인 절차(특히 현장의 확인)에 많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건물이 완공되기까지, 그리고 사용하면서 많은 건축 관계자들이 협력하게 된다. 관련자들이 맡은바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을 때 안전한 건물이 된다. 즉, 제대로 된 설계, 시공, 감리 및 유지관리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체계가 빈틈없이 수행될 때, 마치 톱니바퀴가 굴러가듯이 사회의 안전망이 구축된다. 특히 안전에 관련된 내진설계에 대해서는 고도의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만큼 구조기술자에 의한 내진구조설계 및 감리가 수행돼야 한다.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건물의 내진성능을 확보는 필수적이다. 신축건물은 내진구조설계가 정확하게 수행돼야 하며, 또한 이를 바탕으로 시공돼야 한다. 특히 소규모 건물의 시공 시에는 시공기술자 및 감리자의 내진상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설계도면대로 시공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기존건물은 제대로 된 내진성능평가와 내진보강설계가 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용역발주체계에서는 이와 같은 안전 확보를 담보할 수 없다. 고도의 내진구조설계에 대한 지식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비전문가에 의한 내진성능평가와 내진보강설계가 수행될 여지가 다분하다.

재해는 사회의 약점을 파고든다. 지진 발생 직후에 관계부처에서는 관련제도의 원칙적인 강화를 언급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순간 기득권의 주장에 따라 원칙이 흐려지면서 최초의 의도가 유지되지 않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지진방재의 원점은 내진구조설계와 내진시공 감리이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지진방재대책임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이다.

포항지진 후 정부는 학교건물의 내진보강을 서두르고 있다. 최초로 발주된 ‘국립대학교 내진성능평가 현황’에 따르면 구조기술사가 1명 뿐인 A회사가 8개 국립대 259개동의 내진성능평가를 수주했다. 하지만 이 업체가 자체 수행 가능한 물량은 42개동에 불과하다. 학교시설물에 대한 내진성능평가 및 내진보강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제 현장의 수행 능력은 감안하지 않은 채 추진되다보니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부실 내진보강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너무 서두르다 보면 일을 그르치고 예산낭비가 될 수 있다. 지진 피해가 많은 대만은 학교건물 내진화에 20년의 시간이 걸렸다. 일본은 1997년 고베지진 이후에 학교건물 뿐만 아니라 일반건물의 내진화를 진행하고 있다. 지진이 가장 많은 일본은 고베지진 이후 20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18%(900만채)의 내진화가 돼 있지 않다.

지진 다발국으로 지진방재의 선진국인 일본의 경우, 고베지진 이후 22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진피해가 완전히 치유되고 있지 않다. 포항지진 후 1년간의 대처를 되돌아보며 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특히 지진과 같이 재해의 영향력이 방대하고 장기적인 경우에는 국가가 광범위하게 발생한 재난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 한다고 하더라도 항상 빈틈이 있기 마련이다. 아픔의 원인을 상세하게 파악해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2017 포항지진 백서’를 발간했다. 그 내용 중에는 체계적인 지진위험조사 및 국가 내진율 향상, 대국민 신속 정확한 지진정보 제공, 국민과 정부의 지진 대응 역량 강화, 이재민 구호 및 복구지원 체계 개선 등과 관련하여 65개 과제가 선정돼 있다. 이들 과제가 잘 진행돼 말단에서 차질 없이 수행돼야 한다. 재해를 기록하고, 기록을 통해 반성하고, 반성 후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만 백서로서의 가치가 있고 국민의 재산과 인명안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다.

포항지진 이후 갈 곳 없는 이재민 200여 명이 아직도 체육관 지진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또한 돈이 없어 피해 건물의 수리를 못하고, 많은 필로티구조 다가구주택의 경우 입주자가 없는 상태로 그냥 방치돼 있는 현실이다.

포항지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런데 1년이 지난 현시점에 모든 일간지는 지진관련 기사가 전혀 없다. 무시하고 지내는 사이에 우리사회에 지진재해라는 악마가 다시 찾아올까 두렵다.

국토일보 kld@ik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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